한국어초록
근대기 중국 기원 신생한자어의 한국어 유입과 정착
본 연구는 근대 신생한자어의 판별 기준을 세우고 중국어 기원의 신생한자어가 한국어로 유입된 경로와 정착,소멸 과정을 검토함으로써 중국어 기원의 신생한자어가 개화기에 한국어 어휘체계에 미친 영향을 밝히는 데 목적을 둔다. 이 연구는 한국 근대 신생한자어의 계보 및 어휘체계 성립사 연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한자라는 매개체를 사용하여 서양의 근대 문명을 어떻게 수용하였고,또 서양의 근대 문명을 수용할 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동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을 검증하는 여러 연구와 밀접히 관련된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근대 한중간의 어휘 교류를 연구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책에서는 한중 간의 어휘교류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언어학 시각에 입각하여 근대기 한중일 삼국 간의 어휘·문화교류의 측면에서 접근하려고 시도하였다. 이에 이 책에서는 신생한자어와 일본어차용어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점에서 출발하여 종래 연구에서 신생한자어 판정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신생한자어의 계보를 판별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한 다음에 중국 근대 이중어사전의 집대성이라고 하는 로브샤이트(1866~1869)에서 지리용어(45개),종교용어(88개),외국지명(38개),정치·법률·외교용어(40개),학문명칭(83개) 다섯 유형으로 분류하여 표본어휘를 선정하고 이들 어휘가 한국 근대 영한류 이중어사전이나 근대 문헌 자료에서 사용되는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근대 중국 기원 신생한자어들이 한국어로 유입되는 경로와 한국 근현대 어휘체계에 미친 영향을 검토하였다.
중국 기원 지리용어의 한국어 유입은 마테오 리치(중국명:利瑪竇)의 『坤與萬國全圖』,알레니(중국명:艾儒略)의 『職方外記』 등 야소회사(耶蘇會士)들이 편찬한 세계지도와 세계지리서,『海國圖志』와 『瀛環志略』 등 양무서(洋務書)들이 중요한 통로였을 가능성이 크다. 조사된 45개 용어 중의 29개 용어가 현대한국어 체계에 정착되었다는 사실을 보면 중국 기원 지리용어가 근현대 한국어 어휘체계에 미친 영향이 상대적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기원 종교용어의 한국어 유입은 利瑪竇의 『天主實義』,판토하(중국명:龐迪我)의 『七克大全』,삼비아시(중국명:畢方濟)의 『靈言蠡勺』 등 종교 관련 서적을 통해서였다고 할 수 있다. 조사된 88개 어휘 중에서 『프라임 영한/한영사전』에 정착된 용어가 50개에 달한다. 『프라임 영한/한영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21 語를 포함하면 총 71개의 용어가 현대한국어 어휘 체계에 정착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 중국 기원 종교 용어가 현대 한국어어휘체계에 미친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기원 외국지명의 한국어 유입은 16세기 말~18세기 초까지는 『坤與萬國全圖』,『職方外記』 등 세계지리서,19세기 이후에는 『海國圖志』와 『瀛環志略』 등 양무서와 깊은 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조사된 38개의 어휘 중에서 『프라임 영한/한영사전』에 정착된 용어가 4개뿐이며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어형을 포함하면 총 16개의 용어가 한국어 어휘체계에 정착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결과로 보면 중국 기원 외국지명이 현대 한국어에 미친 영향은 적다고 추정된다.
중국기원 정치·법률·외교용어들의 한국어 유입은 『朝鮮策略』,『萬國公法』,『易言』,『海國圖志』,『瀛環志略』 등 개화서나 양무서 또는 『漢城旬報』에 실린 중국 뉴스원의 기사들에 의해서였다고 할 수 있다. 조사된 40개의 용어 중에 현대 한국어 어휘체계에 정착된 용어는 13개이다. 그 중에 상당수의 용어가 한국 근대 이중어사전에 출현하지 않았으며 일부 용어가 이중어사전에 출현하였다가 근대에 들어오면서 다른 용어로 대체되었다. 이 점으로 보면 중국기원 정치·법률·외교용어가 근현대 한국어 어휘체계에 미친 영향은 적다고 할 수 있다.
로브샤이트(1866~1869)에 등재된 학문명칭을 현대 한국어 학문명칭과 비교해 보면 중국기원 학문명칭이 현대 한국어 학문명칭의 성립에 미친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조사된 83개 학문명칭 중에서 ‘數學’이라는 용어만 한국어에 유입되고 어휘체계에 정착되었다.
마지막으로 ‘化學’이란 용어를 대상으로 이 용어의 생성과 관련지어 한국어로 유입된 경로와 수용 과정을 밝혔다. 동아시아에서 ‘Chemistry’의 수용과 ‘化學’이란 용어의 출현맥락을 살펴본 다음에 ‘化學’이란 용어가 한국어로 어떻게 유입되었는지 근대한국어 어휘체계에 어떻게 정착되었는지 등을 밝혔다. 개별 신생한자어의 역사적 계보를 유기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한중일 간에 이루어진 어휘간섭과정의 성격과 한국 근대어휘체계의 성립사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